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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ycle/Cervélo

브레베 서울200K 후기

2016년 3월 20일 서울 200k를 다녀왔다.


200k는 생전 달려본 적도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서 긴장을 제법 했다.


그래도 설마 완주를 못 하는 일은 없겠지...


내심 불안감을 다독이며 준비했다.


새벽 5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출발을 하는데 당초에는 


5시 팀으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밤에 준비물들을 다 챙겨놓지 않은 탓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복장은 아웃웻 바라크라바, 기모빕과 긴팔져지, 양말, 라파 소프트쉘.


소쉘 위에는 대회 룰 상 반드시 착용하게 되어있는 


반사조끼와 반사발목띠를 착용.


오르트립 새들백에는 도중에 간식으로 먹을 


미니 사이즈 스니커즈 5개와 보조배터리를 챙겼다.

(하지만 결국 보조밥통을 쓰는 일은 없었다. 왜 가져간거지...)


펑크 패치와 예비튜브, 멀티툴은 리자인 공구통에 넣어서 물통에 세팅.


마지막으로 휴대용 펌프와 co2도 물통케이지에 장착을 했다.


준비 끝!!!


이제 브레베 달리러 가자!



준비하는데 제법 시간을 잡아먹고 부랴부랴 반미니로 달려가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있다,


난 5시20분쯤 도착을 했으니 5시 팀은 이미 출발을 한 후.

참 사람들 부지런하기도 하지...


검차 후 카드와 큐시트를 받았다.


검차는 후미등이 2개와 전조등 유무의 확인 및 제대로 불이 들어오는지 

 

체크를 하는 간단한 확인절차다.


5시 30분이 되서 출발을 하는데 아차...스트레칭이고 뭐고 


준비운동을 하나도 안 했다.


몸 좀 풀고 출발했어야 하는데...


생각은 생각으로만 끝내고 열심히 페달질을 한다.


새벽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날이 춥지 않아서 처음에는 


소프트쉘을 입은게 약간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반미니에서 중랑천을 거쳐 의정부쪽으로 진입하니 


거짓말처럼 추워지기 시작한다.


해가 뜨는데 왜 더 추워지는 거니...


손끝도 살짝 어는 느낌이다.


토커버를 하고 나왔는데 정말 토커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정부의 발곡역이란 곳 근처에서 잠깐 화장실을 가려고 정차를 하니 


잠시 후에 팩이 온다.


십여명 정도 되는 팩인데 와...


5부 빕을 입고 온 사람도 있다.


대단하다 아무리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지만....


팩팀을 뒤로 한 채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아...잘 달리다가 갑자기 가민이 영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인다.


난 분명 코스를 따라가는데 코스이탈이란다...


그냥 무시하고 달렸다.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 하는건데...


계속 달리다보니 양주시청이 눈앞에 보인다.

차를 타고도 와 본 적이 없는 곳이었는데...아니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이상하다 분명 이런 곳을 지난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전에 잠깐 지도를 살펴봤을 때도 여긴 아니었다.


제길...


일단 빽도다.


그런데 그냥 빽도하긴 싫었다. 너무 손해 본 것 같아서...


엉뚱한 길을 타고 와서 그런지 길이 포장도 안된 


흙밭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일반도로를 타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몇 키로 정도를 가다보니 언뜻 반사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는게 보인다.


저쪽이구나...( 이 짓을 브레베 하는 동안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른다..


젠장 길눈 어두운게 죄다)


그래도 혹시 몰라 마침 써벨로 S3를 타던 커플 분에게 길을 물어봤다.


다행히도 이 길은 맞는 길이구나.


30여분 정도 가다보니 첫 번째 업힐 구간이 나타난다.


회암고개!!


여기서도 또 희대의 병크를 터트리게 된다 제길...


회암고개는 평균경사도 7.7%에 2.1km 정도 거리의 고개다. 


그나마 가본 업힐 코스 중 북악이 평균경사도 5%에 2.4km.


남산이 평균경사도 6.5%에 1.8km니까 그간 가봤던 업힐보다


경사도는 살짝 더 있는 편이긴 하다.


뭐 그 정도면 시간이야 좀 더 걸릴지 몰라도 못 올라갈 경사는 절대 아니다.


분명 아닌데...


와 대충 절반 정도쯤 왔으려나...


아무리 용을 써도 페달에 힘이 안 들어간다...


페달이 굴러가질 않는다...


그런데 내 옆에선 브로미나 바이크프라이데이같은 미벨도


올라가고 있다.


이건 완전 제대로 멘붕이다.


아무리 내가 시즌오프했다가 탄다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ㅠ_ㅠ 


결국은 끌바를 시전했다.


100키로쯤 달리고 기운이 빠진 다음에 이랬으면 나도 이해가 가는데 


겨우 3시간 남짓 달리고 끌바는 이해가 안 갔다.


애증의 회암고개 도착...

그리고 여기서 잠시 물을 마시면서 무릎에 받은 데미지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미칠듯한 충격에 휩쌓이고 말았다...


프론트 기어가....기어가...


아우터에 가 있었다...


오 마이 갓...OTL...


이럴수가...


분명 뒷 기어는 11단에 가 있는걸 확인하고 왜 이리 페달링이 힘든건지 


확인했었는데...


앞이 날 배신 때리고 있었다니...그리고 난 왜 그걸 생각 못 했었을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또 힘내서 출발할 수 밖에...


일단 첫 번째 CP1을 향해 출발한다.


첫 번째 스탬프를 찍은 곳은 포천가산에 있는 CU.


그런데 여기에서 랜도너스 첫 앰뷸런스를 목격하게 됐다.


편의점 앞이라 딱히 사고가 날만한 구간도 아니었고


차량과 부딪히거나 한 사고도 아니었는데...


도로와 인도간의 턱이 애매하게 높았는데


혹시 그 방지턱을 넘다가 잘못 넘어진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CP1에서 도장을 하나 찍고 초코우유 한 잔 마시고 다시 출발이다.


포천에서 연천쪽으로의 여정의 시작이다.


연천을 향하는 길에 신북온천을 발견했다.


여기에 묵으면서 바로 옆에 있는 포천 스프링폴에서 놀았던 적이 있었지.


잠깐 추억에 잠기며 사진을 찍는다.

호텔 시설은 음...


뭐 그냥 잠자기에는 충분했었다.


사진 한 장을 찍고 있으니 옆에서 팩으로 지나가는 분들이 


파이팅을 외쳐주신다.


ㅋ 파이팅말고 저도 팩 뒤에 좀 붙게 해 주세요...


2번째 CP인 백학중앙점의 미니스톱을 목표로 


또 열심히 달려가고 있자니 미친듯이 배가 고파온다.


어느 정도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너무 배가 고파서 


이대로 달리면 봉크가 올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들었다.


그냥 눈앞에 보이는 슈퍼에 뛰어들어가서 초코우유와 


자유시간을 하나 먹었다.


휴...이제 좀 살 것 같다.

초콜렛의 힘으로 2번째 CP에 무사히 도착했다.

좀 피곤해 보이네...


역시 포자의 체력은 어디 안 간다 ㅠ_ㅠ 


이곳에서 햄버거와 콜라 한 캔으로 점심을 떼웠다.


챙겨왔던 물도 다 마셔서 게토레이도 한 병 사서 물통에 채웠다.


2번째 CP에서는 파주를 향해 길을 떠난다.


3번째 CP 는 제길 중간에 사진 찍은것도 없고 오른쪽 무릎이 점점 아파와서


고통을 참으려 달린 탓에 기억이 별로 안 난다.


대충 100키로를 넘은 지점에서부터 오른쪽 다리에 


이상이 오기 시작한 것 같다.


이건 회암고개에서 아우터로 놓고 달렸던 후유증이 아닐까...


회암고개에서 털린 이후로는 무슨 고개가 나오든 이너로 놓고나서는 


올라가다 끌바를 하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으니(풀이너 만세!!!!)


그래도 모처럼만에 자전거를 마음껏  탈 수 있는 기회를 놓칠순 없다.


다리가 좀 아프긴 해도 끌고 가야지 포기하면 안돼라는 생각이 컸다.


그러다보니 CP3 문발산업단지점 CU에서 사진 찍는 것도 까먹었네...


아직 차 타고도 못 와봤던 해이리도 지나가보고 


파주 구경을 좀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리가 좀만 더 버텨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내가 페달링을 할 때 오른쪽 다리만 쓰는 버릇이 있으니 


오른쪽 다리만 아픈거겠지.


라이딩 습관을 고쳐야 할 듯하다.


CP3를 찍고 조금 가다 일산대교를 건너야 한다.


일산대교는 자전거 길이 한 옆에 나 있어서 차도를 주행하지는 않으니 


안전하기는 한데


자전거길이 쭉 이어져 있는게 아니라 중간 중간 다리 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파주 부근부터는 도로 포장도 잘 돼 있고 길 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맘 편히 달리기에 좋았다.


업힐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고 참 부담없는 코스인데 내 다리만 아프구나 ㅠ_ㅠ 


20여키로 정도를 더 달려가면 아라갑문 인증센터가 나온다. 

이게 보인다는건 최종 목적지가 코앞이란 소리.


조금만 더 기운을 내자!!


오늘 브레베 동안 중간에 몇 번씩이나 길을 헤매고 빽도를 경험했었지만 


여기서부터만큼은 그럴 일이 없다.


쭉쭉 눈앞에 펼쳐진 길을 가면 된다.


그런데 맙소사...


한강에 접어드니 한강에 헬게이트가 열려있다.


봄을 맞이해서 따뜻해진 덕분에 사람들이 넘쳐 나는거다.


폭주하는 픽시와 전동보드 그리고 텐덤바이크의 향연.


이곳은 더 이상 뭘 어찌할 수 없는 헬강...


정말 주의깊게 앞을 살펴보면서 타지 않으면 사고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큰 복병은 셀카봉으로 사진 찍으면서 타는 텐덤바이크.


연인들끼리 타니 신나는 기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셀카봉을 들고


갈짓자 주행은 정말 아닌것 같다.


위험천만한 한강 라이딩을 끝내고 드디어 반미니 도착.


인증서를 받았다.


끝!!!!


컷오프 안에 완주 성공이다.

다리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중간에 길을 헤매는 짓만 안 했어도 


훨씬 빨리 들어왔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아픈 다리 끌고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것만 해도 어디냐...


오늘의 200km 주행으로 깨달은 점.


1.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을 꼭 하고 타자.

2. 회암고개 올해 안에 꼭 다시 가서 끌바의 굴욕을 씻어내리라.

3. 페달링 좌우 밸런싱에 신경 써서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