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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ycle/Cervélo

평로라 입문기

날도 추워지고 무릎 상태도 영 좋지 않아서


자전거를 거의 한 달에 한번만 탈 정도로 쉬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안 타면 정말 내년 봄 초기화가 걱정이 된다.


그런데 마침 평로라를 들여놓고 일신상의 사정으로


타지 못 하고 있던 친구가 로라를 빌려준다고 한다.


집은 코딱지만해서 로라를 둘 장소는 없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짐 치우고 로라를 안 쓸 때는 접어두면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싶은 생각에 


빌려왔다.


가성비로 이름이 제법 알려져있는


젯 블랙 R1이다.

사람 하나와 자전거 한 대가 올라가는걸


지탱해야 하니 역시나 무게가 제법 있다.


차를 안 가져가고 버스나 지하철로 휴대하고 이동하려면


죽을 고생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로라를 가져오긴 했지만

 

2주일 정도 그대로 묵혀 두기만 했다.

 

로라에 처음 올라서기를 시도해 본 날은

 

그야말로 딱 2, 3분 정도 내가 로라에 설 수 있는지 테스트.

 

로라를 바닥에 깔고 한 손을 벽에 기댄 후

 

자전거를 올리고 타려고 하니

 

자전거가 좌우로 마구 춤을 춘다.

 

자빠지겠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는다.

 

하지만 이미 기울어지기 시작한 자전거는

 

주루룩 미끄러지기 시작.

 

아...이거 올라타기부터 쉽지 않다...

 

오노다는 마마챠리로 벽도 안 짚고

 

한 방에 성공한것 같았는데...

 

역시 만화 주인공은 뭔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란 생각이 절로 든다.

 

다시 시도를 해서 일단 브레이크를 잡고 타는데는 성공.

 

바퀴를 살살 굴려보는데 역시 좌우로 사정없이 요동치는 로라에

 

겁을 먹고 얼른 내려와 버렸다.

 

첫 날은 그야말로 로라 타는게 쉽지 않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날이 되버렸다.

 

며칠 동안 로라를 숙성시키고 다시 한번 시간을 내서 로라에 올라타 봤다.

 

오늘은 꼭 제대로 타보리라 다짐하고

 

조심스레 올라타고 페달을 돌려본다.

 

벽을 짚은 손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다.

 

흔들거리는 조향에 손을 떼는 순간

 

로라에서 미끄러져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1km 정도를 손을 벽에서 떼지 못 하고

 

타고 있으려니 보고있던 와이프가 불안하다고

 

당장 내려오라고 채근하기 시작한다.

 

아 내가 이러려고 로라를 들여놨던가...

 

자괴감이 막 들기 시작하고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손을 떼려는 시도를 해 본다.

 

손을 떼야지 맘 먹고 바닥을 쳐다보면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조향이 마구 흔들린다.

 

와...

 

로라 타는게 이렇게 힘든가 정말???

 

그때 문득 평로라 입문 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이 난다.

 

"로라를 탈 때는 바닥을 보면 안된다."

 

"머리를 들고 시선은 정면 3~4m 앞을 봐야 한다"

 

시선을 정면을 향하고 손을 떼니

 

불안불안하기는 하지만 드디어 로라를 제대로 타는데 성공.

 

그렇게 10키로 정도를 타고 내려왔다.

 

집안에서 타는데다가 긴장하고 타서 더 그런지

 

타기 시작한지 5분 만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고

 

바람도 안 부니 온 몸에 열이 가득.

 

바닥도 땀범벅이 되버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이제부터 로라  제대로 시작하는 거라는 생각에

 

그리고 이제 이 겨울 나는 더 이상 안 타는 쓰레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 뿌듯해지는 감도 들기는 한다.